지난 칼럼에서 일본의 유료 노인홈에 대해 소개했다. (지난 글 보기) 이번 칼럼에서는 2011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일본의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필자는 10월 중순 일본의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과 유료 노인홈 4곳을 견학하고 왔는데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을 방문하고 두 가지 놀란 점이 있다.
첫째는 시설이 일반 주택가에 위치해 있고 간판도 작아서 여기가 노인 시설인지 그냥 일반 건물인지 잘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인시설의 경우 입구에 간판을 크게 걸어놓는 경우가 많고 일반 주택가에서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설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는데 일본의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은 달랐다. 처음 주소를 찍고 도착했는데 여기가 맞나? 몇 번을 확인하고 나서야 시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역주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필자가 방문한 시설 모두 50세대에서 60세대 사이의 소규모 시설이었다. 한국의 시니어타운의 경우는 대부분 대형 시설이 많고 새롭게 생겨나는 시설 또한 대형 시설이 대부분인 것에 반해 일본의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은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선 소규모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은 정부의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어 있다는 것일 테니 한편으로는 부러웠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소규모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어르신들의 상태나 니즈를 훨씬 세세히 파악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란?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란 독신 고령자·부부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임대 방식의 주거시설이다.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2011년 「고령자 거주의 안정 확보에 관한 법률(고령자 거주 법)」의 개정에 의해 창설된 등록제도이다.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으로 등록하려면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첫째는 고령자에게 알맞은 환경 설비(각 전용 부분의 바닥 면적은 원칙 25m2 이상, 손잡이 등의 설비, 베리어프리 구조)를 갖출 것. 둘째는 지켜보는 안전·안심서비스(안부 확인, 생활 상담)를 제공할 것. 셋째는 안전·안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케어 전문가(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개호복지사, 개호 지원 전문원, 개호직원 등)가 적어도 낮 동안은 건물에 상주하고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안부 확인 서비스는 개호 직원이 정기적으로 각 방을 순회하면서 안부를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안부 확인을 하면서 컨디션 면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게 대응한다. 생활 상담 서비스는 일반적인 상담뿐만 아니라 쇼핑 대행, 병원 동행 등 입주자의 일상생활을 서포트 하는 것을 말한다. 비용은 일시금 약 0~27만 엔, 월 이용료는 약 11~20만 엔 정도로 유료 노인홈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에는 일반형과 개호형이 있는데, 본인의 건강상태에 따라서 시설을 선택하면 된다.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의 가파른 상승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은 2011년 제도 시작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9월 말을 기준으로 시설은 8,248개이며, 총 284,661호실이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다. 시설이 이렇게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정부가 제도 시작 초기에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을 시작하려고 하는 민간사업자들에게 1호실당 70만 엔~100만 엔 정도를 지원해 준 것이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많은 민간사업자들이 사업에 뛰어 들었고, 시설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번에 일본에 가서 보니 일반 아파트(한국의 맨션에 해당)나 학생들 기숙사의 설비를 개조하여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으로 등록한 곳이 많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반 주택가에 노인시설이 위치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소규모 시설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개호보험과의 연계로 인하여 개호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보험에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초고령사회 노인주거시설 선택지를 늘려야
한국의 현재 노인 주거복지시설은 양로시설(유·무료), 공동생활 가정, 노인복지주택을 다 합쳐도 노인인구의 0.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의 노인복지시설이 노인인구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한국의 노인 주거시설의 공급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일본의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에 해당하는 시설은 우리나라에 없다. 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이 복합 설치된 영구임대 아파트인 고령자 복지주택이 존재하지만 이는 저소득층을 위한 시설이고 각 실마다 돌면서 안부 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도 않다.
당장 2년 후면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를 맞이할 준비가 어디까지 되어있을까?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과 지원, 그리고 노인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 등을 고려하여 우선은 제도적으로 정비를 하고, 그다음 민간기업들이 사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노인들이 본인들의 여생을 어디서 보낼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노인들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 지금은 선택지가 너무 없다.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더 늦기 전에